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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19.연중 제20주간 금요일                                                     에제37,1-14 마태22,34-40

 

 

사랑의 여정

-배움, 훈련, 습관-

 

 

“감사를 이길 운명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어디서 살고 있습니까?”

“경남 양산 통도사 근처예요. 남편도 잘 있습니다.”

“부산 사직 야구장 왔습니다. 실업급여 6개월 받고 9월부터 어린이집 다닙니다.”

 

어제 어느 자매와 주고 받은 메시지와 수십통의 카톡 사진 받고 반가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신혼부부인데, 행복하게 사랑하며 잘 살고 있는 환한 부부 모습 사진이 참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참 힘들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년간 사귀어 분이라 결혼이후에도 참 서로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두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수도원 피정집에서 2박3일 조촐하게 지냈고, 무엇보다 두분 얼굴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면 닮습니다. 부부는 물론이고 친구도 그렇고 주님은 더욱 그렇습니다. 참 신비한 것이 주님을 사랑하여 닮아 갈수록 자기 고유의 모습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정 지도시 자주 한 말이 생각납니다.

 

“주님앞에 갔을 때, 먼저 얼굴 검사합니다. 주님 얼굴을 닮았나 안 닮았나 검사할 것이고, 주님 얼굴을 닮은 이들이 하늘 나라에 입장입니다. 주님을 한결같이 사랑할 때 주님을 닮습니다.”

 

마침 어제 얼마전 찍은 수도 형제들의 영정사진 일부를 받고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죽음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묘한 느낌까지 들어 잠시 착잡한 마음이었습니다. 과연 지금 죽는다면 죽음 준비는 되어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사랑의 여정에 충실하는 길만이 최상의 죽음 준비이겠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삶자체가 바로 죽음 준비라는 것입니다. 문득 얼마전 써놨던 “파스카의 꽃, 사랑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사람은 꽃이다

주님 파스카의 꽃이다

끊임없이

그만의 색깔, 향기, 크기, 모양으로

평생

세상 떠날 그날까지

날마다

새롭게 폈다지는

사람은 꽃이다

주님 파스카의 꽃, 사랑의 꽃이다”-2022.6.9.

 

사랑하기에도 턱없이 짧은 인생인데 미워하며 어둡고 우울하게 살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허망합니다. ‘사랑’의 ‘삶’을 살라 ‘사람’입니다. 요즘 한낮엔 덥지만 이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시원한 바람에 흰구름 푸른 하늘도 높아 보입니다. 배밭사이 산책을 하다보면 웬지 배열매 익어가는 향기도 느껴집니다. 봄의 꽃향기도 좋지만 가을의 열매 익어가는 향기는 더욱 좋습니다. 마음을 넉넉하고 편안하게, 초연하게 합니다. 아마 노년의 사랑은, 노년의 향기는 이러할 것입니다. 과연 사랑의 열매들이 잘 익어가는 사랑의 여정, 노년의 삶인지 뒤돌아 보게 합니다.

 

답은 사랑뿐입니다. 사랑밖엔 답이, 길이 없습니다. 마지막 심판의 잣대도 사랑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사랑의 여정입니다. 사랑의 열매들이 잘 익어가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인지 뒤돌아 보게 합니다. 오늘 복음의 율법교사의 물음에 대한 주님의 답변은 바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일생일대 최우선의 일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진정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한 사랑! 한결같은 갈림없는 하느님 사랑입니다. 이래야 마음의 순수요 열정입니다. 일상의 수행을 통해 표현되는 하느님 사랑입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해 이웃을 사랑하고 온갖 수행을 합니다. 말 그대로 사랑의 수행입니다. 이러면서 하느님을 닮아, 예수님을 닮아 내 본연의 참 얼굴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하느님 사랑이 빠져 버린 삶이라면 그 삶은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도저히 무지와 허무의 어둠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에 나오는 넓은 골짜기에 무수히 널린 마른 뼈들이 상징하는 바, 희망과 사랑이 실종된 바빌론 유배중인 이스라엘 집안이자 우리 인간 군상을 상징합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마른 뼈들 같은 인생은 아닌지 뒤돌아 보게 합니다.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에게 예언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게 하겠다. 너희에게 영을 넣어주어 살게 하겠다. 숨에게 예언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 숨아 사방에서 와 이들 위로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이 뼈들은 온 이스라엘 집안이다. 그들은 ‘우리 뼈들은 마르고 우리 희망은 사라졌으니, 우리는 끝났다.’ 말한다. 그들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 무덤을 열겠다. 내 백성아, 너희를 그 무덤에서 끌어 내어 이스라엘 땅으로 데려 가겠다.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너희를 살린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 가겠다.”

 

희망의 예언자 에제키엘입니다. 살아있다 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 사랑의 영이, 희망의 영이 선사될 때 비로소 마른 뼈들 같은 죽은 인생이 살아납니다. 그대로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살립니다. 이렇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하느님 중심의 삶에 항구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삶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목표이자 방향이요, 삶의 중심이자 의미입니다. 그러니 이런 하느님이 빠지면 마른 뼈들같은 죽은 인생이요 무지와 허무의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폐인이나 괴물 인생되기 십중팔구입니다. 이래서 살아 있는 그날까지, 죽는 그날까지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여정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사랑을 배우고 훈련하고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평생 하느님 사랑의 학인이 되어 평생 사랑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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