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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6.목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다니7,9-10.13-14 마태17,1-9

 

 

 

변모變貌의 여정

-예닮의 삶-

 

삶과 죽음은 함께 갑니다. 멀리 있는 죽음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있는 죽음입니다. 하여 분도 성인은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합니다. 이렇게 살 때 환상은 사라지고 오늘 지금 여기의 현실을 삽니다. 죽음이 있어 삶이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 깨닫습니다. 새벽 일어나니 카톡 메시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장익 주교님이 선종하셨습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지납니다. 하느님만이 영원합니다. 얼마전 바오로 수사님이 돌아가셨고 지난 밤에 장익주교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기도와 일입니다. 관상과 활동입니다. 침묵과 말입니다. 존재와 소유입니다. 오아시스와 사막입니다. 하느님과 인간입니다. 영적 삶에서 우선 순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본말전도, 주객전도가 되어선 안됩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 나라의 영원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만의 은밀한, 내밀한 주님과 함께 하는 곳, 바로 외딴곳의 오아시스가 오솔길이 있어야 합니다.

 

-“너 밖에든 안에든 오솔길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 님과 나만이 아는 오솔길

님이 그리워 목마를 때 찾는 오솔길

님과 함께 걷는 오솔길

늘 걸어도 늘 그립고 아늑한 오솔길 너 있는가”-1998.7.28

 

아주 예전에 써놓은 오솔길이란 시입니다. 분명 혼자가 아닌 ‘더불어together’의 여정이지만 주님과 함께 홀로만의 오아시스, 오솔길의 은밀한 시공은 필수입니다. ‘고독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고 토마스 머튼은 말했습니다. 고독과 연대는 함께 갑니다. 고독과 더불어 깊어지는 삶입니다. 어제 홀로 먹이를 찾다 멈춰 물끄러미 바라보는 물오리 사진에 ‘삶’이란 제목으로 수도형제와 나눴습니다.

 

-“무슨 삶입니까?”

“고독한 삶입니다. 그래요. 저는 불쌍한 삶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의 차이가 이렇습니다. 저는 불쌍하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고 ‘고독한 삶’으로 생각했는데 수도형제는 ‘불쌍한 삶’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요즘 계속되는 장마에 시냇물 흐르는 모습도 소리도 좋고 시냇물에서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일하며 노는 물오리들 구경하는 재미도 참 큽니다. 저만의 은밀한 관상터요 쉼터입니다. 아침 먹자 마자, 점심 먹자 마자 잠시 저만의 외출길, 오솔길의 여정에 오릅니다. 요즘 며칠은 이 행복에 삽니다. ‘푸른잔디’, ‘파란마음 하얀마음’, ‘시냇물’ 동요를 맘껏 힘차게 부르며 오솔길을 걷듯 물흐르듯 이 길을 걷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여정중에 있는 사랑하는 세 제자들인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외딴곳의 높은 산에서 당신의 변모를 체험시키십니다. 당신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시켜 주십니다. 순전히 주님과 만남의 관상체험의 은총입니다. 주님 변모의 놀라운 체험을 한 베드로는 엉겁결에 소원을 고백합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윈하시면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승천하시어 영광중에 있는 모세와 엘리야와 우정의 친교를 나눴던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베드로를 위시한 두 제자들 역시 분명코 주님 변모 체험과 더불어 내적으로 변모했을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신원은 이미 다니엘서에 예언되어 있습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주님의 거룩한 공교회, 가톨릭 교회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주님의 나라, 하늘 나라입니다. 변모하신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제자들도 주님을 닮아 참나의 모습으로 변모되어 갑니다. 새삼 우리 삶은 변모의 여정이자 예닮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은 물론 주님과 함께 하는 모든 ‘삶의 장場’이 ‘변모의 장場’임을 깨닫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관상은 ‘봄觀’과 더불어 ‘들음聽’으로 이뤄집니다. 주님의 말씀은 생명이요 빛이요 영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 내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말씀은 살아 있는 주님의 현존입니다. 바로 살아있는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관상체험을 통해 변모되는 우리들입니다. 

 

참 행복은 이런 관상의 행복입니다. 참으로 주님과 대화하듯 내 마음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고백하는 마음으로 신망애信望愛 가득한 정신으로 시편을 기도함이 정말 좋습니다. 시편만 아니라 수시로 고백하는 마음으로 성가를 부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알게 모르게 점진적으로 주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모하는 우리들입니다.

 

“마음이 예쁘면 얼굴은 저절로 예쁩니다. 예수님 십자가 밑에 서서 예수님과 함께 사진을 찍으셔요.”

 

가끔 집무실을 찾는 분들에게 주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 드리며 하는 말입니다. 사실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닮아갈 때 마음과 더불어 예뻐지는 얼굴임이 틀림없습니다. 주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 드릴 때 마다 하나하나 아름다운 면모面貌에 감탄하곤 합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다시 일어나 두려움 없이 평범한 일상의 삶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늘 함께 동행하시는 주님이 바로 삶의 방향이자 목표요, 삶의 중심이자 의미이심을 주님의 변모체험을 통해 깊이 깨달았을 제자들입니다. 이런 주님 방향을, 목표를, 중심을, 의미를 잊어 버려 뿌리없이 방황하는, 표류하는, 하여 ‘일상의 늪'에 빠져 무기력하게 지내는 무감각한 무의욕의 영혼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주님과 만남의 여정은 그대로 변모의 여정입니다. 무의미한 허무한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은 방향이 뚜렷한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삶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송아지 동요를 부르며 예닮의 여정에 충실할까 합니다. 얼룩소 엄마를 닮은 송아지처럼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을 닮은, 닮아가야 함을 깨닫게 해주는 동요입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두-귀가 얼룩귀 귀가 닮았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날로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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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8.06 10:00
    "주님과 만남의 여정은 그대로 변모의 여정입니다. 무의미한 허무한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은 방향이 뚜렷한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삶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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