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5. 금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집회47,2-11 마르6,14-29


                                                                하느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시다

                                                                      -하느님 찬미의 축복-


오늘은 ‘하느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시다.’라는 주제로 이런저런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어제는 날씨가 풀린듯하여 이상하다 싶어 확인하니 입춘立春이었습니다. 


겨울의 끝이 봄의 시작인 입춘입니다. 우선 아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등따뜻하고 배부르면 도닦기 힘들다는 말도 있어 조금은 춥고 눈내리는 겨울을 원했는데, 깊고 고요하며 단순하고 투명한 겨울안에 더 머물며 하느님을 만나고 싶었는데, 벌써 겨울의 끝이라니 입춘의 봄이 하나도 반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정이 끝나는 봄의 시작 입춘날, 여기 수녀원의 두분 수녀님이 하느님만을 찾고자 첫서원을 했고 오늘은 다섯 분의 수녀님이 종신서원을 하니 바야흐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연속되고 있음을 봅나다.


산의 배경과 여백이 참 좋습니다. 사계절의 산중 으뜸이 겨울산입니다. 산의 배경과 여백을 찾아 수녀원과 부속건물들이 자리잡고 옹기종기 신도시의 마을이 형성된 이곳입니다. 자주 눈길은 평범하나 있음 자체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배경에 머물고 우리 배경의 하느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제 입춘날 고즈넉한 오후 여백의 시간에 수녀원 배경의 뒷산 수녀님들 묘지를 방문했습니다. 북한에서 돌아가신 열두분과 한국에서 돌아가신 서른 네분의 묘가 있었고, 묘비석은 누구나 일체의 군더더기 묘비명 없이 똑같이 ‘수도명, 출생, 첫서원, 선종’날자 넷만 기록되어 있어 하느님 앞에 평등한 존재들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아, 돌아가신 수녀님들은 수녀공동체의 보이지 않는 믿음의 뿌리가 되었고, 산의 배경이 되었으며 하느님과 더불어 수녀원의 영원한 배경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깨달음처럼 마음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산 분들과 죽은 분들이 모두 영원하신 하느님 안에 깊이 일치되어 있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며 우리의 모두입니다. 문제는 우리 안에 있고 답은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無知;ignorance)보다 큰 병은 없습니다. 아니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는 악이자 죄입니다. 때로 사악邪惡하다 생각되는 사람들을 보면 악인도 타고 나는가 생각될 때도 있지만 분명 그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쨌든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無知에서 파생되는 온갖 병病이자 죄罪이자 악惡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마치 빛과 어둠처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독서의 다윗과 복음의 세례자 요한, 그리고 오늘 기념하는 동정 순교자 아가타가 철저히 하느님 중심의 ‘빛의 사람들’이라면 복음의 헤로데와 헤로디아는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의 ‘어둠의 사람들’입니다. 벤 시라가 기록한 집회서의 다윗의 하느님 중심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는 모든 일을 하면서 거룩하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 영광의 말씀으로 찬미를 드렸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해 찬미의 노래를 불렀으며, 자신을 지으신 분을 사랑하였다. 그는 제단 앞에 성가대를 자리잡게 하여 날마다 자신들의 노래로 찬미하였다. 다윗은 축제를 화려하게 벌였고, 주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미하고, 그 찬미가 이른 아침부터 성소에 울려퍼지게 하였다.’


찬미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가 하느님과의 우정을 깊이하며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게 합니다. ‘찬미의 기쁨’으로 살았던 ‘찬미의 사람’ 다윗은 바로 수도자들의 원조이자 모범입니다. 다윗의 하느님 찬미에 따른 하느님의 축복의 응답입니다. 


‘주님께서는 그의 죄악을 용서해 주시고, 그의 힘을 대대로 들어 높이셨으며, 그에게 왕권의 계약과 이스라엘의 영광스러운 왕좌를 주셨다.’


'그래서'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찬미가 축복의 샘임을 깨닫습니다. 무지의 병, 무지의 죄, 무지의 악의 치유와 예방에 하느님 사랑의 찬미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보다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을 모르니 뭐가 병이며 뭐가 죄이며 뭐가 악인지 모릅니다. 


하느님을 몰라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지 못할 때 사람들이 분별력을 잃어 얼마나 우유부단하고 잔인하고 사악해 질 수 있는지 복음의 헤로데와 헤로디아가 입증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의 우정友情을 깊게 하시고 더욱 찬미의 사람들로 만들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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