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20. 금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순교의 여정

-십자가의 길-

 

 

이번 피정중인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님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9월 순교자 성월중 바로 오늘 9월20일 한국 순교 성인들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을 경축하기 때문입니다. 순교성인들의 축일을 지낼 때 마다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에 젖게 됩니다. 

 

성인들의 축일을 지낼 때마다 우선 확인해 보는 생몰生沒연대에 비교해 보는 제 나이입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는 만25세에, 성 정하상 바오로는 만45세, 이분들보다 저는 훨씬 오래 살고 있습니다. 과연 나의 지금 삶은 이분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다시 성찰省察하게 되고 분발奮發하게 됩니다.

 

오늘 한국순교성인들 축일은 세계 모든 가톨릭 교회가 공식적으로 의무축일로 지냅니다. 16년전 2003년 9월20일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베네딕도회 ‘생존(Saint John)’ 수도원에서의 축일미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침에 성무일도 독서시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영문편지를 들었고, 미사후에는 미국 수도형제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을 때는 한국 순교 성인들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1791년 신해박해를 시작으로 1866년 병인박해시 까지 거의 한세기 동안 일만여명이 순교하였으니 세계 교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이런 순교자들의 전구가 있기에 대한민국이 아무리 지금 혼란중에 있어도 하느님의 가호加護로 결국은 잘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이날이 되면 으레 부르게 되는 다음 순교자 성가는 늘 들어도 가슴이 뜁니다.

 

-“장하다 순교자/주님의 용사여/높으신 영광에 불타는 넋이여

칼아래 스러져 백골은 없어도/푸르른 그 충절 찬란히 살았네

무궁화 머리마다 영롱한 순교자여/승리에 빛난 보람 우리게 주옵소서”-283장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 무궁화야/부르자 알렐루야 서럽던 이강산아

한목숨 내어던진 신앙의 용사들이/끝없는 영광속에 하늘에 살아있다”-289장

 

역시 순교자 성가는 최민순 신부님 작사에 이문근 신부님 작곡의 성가가 제일 심금을 울립니다. 아마 신부님들의 순교성인들에 대한 깊디 깊은 애정때문일 것입니다.

 

주님의 용사, 신앙의 용사인 순교성인들입니다. 삶은 영적전쟁입니다. 수도생활 영성의 고유 주제중 하나가 영적전쟁입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 모두가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에 ‘영원한 현역現役’의 주님의 전사들입니다. 특히 우리 수도자들은 순교자들의 영적 후예로 살아 있는 순교의 삶을 살아가는 주님의 전사들입니다.

 

과연 주님의 전사답게, 주님의 용사답게, 신앙의 용사답게 순교적 삶을 살아갑니까? 어떻게 이렇게 살아갈 수 있겠는지요? 깨달아 시작하면 늦지 않습니다. 오늘 지금부터 전열戰列을 정비하여 영적 전의戰意를 새로이 하여 주님의 전사, 신앙의 전사로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의 기도후에 나오는 김대건 안드레아의 옥중서신중 한 대목도 우리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주님의 거룩한 뜻을 따라, 온 마음으로 천주 예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 마귀를 칠 지어다. 이런 황황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힘을 다하고 역량을 다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한 번뿐이 없는 삶, 참으로 제대로 사는 것은 이런 주님의 전사로서 순교적 삶에, 순교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하는 길뿐입니다. 참으로 파스카의 예수님을 닮아 참 내가 되는 구원의 길은 이 십자가의 길뿐이 없습니다. 주님의 전사들이었던 성인들의 특징은 주님 향한 열렬한 사랑에 평생 고통이 따랐고 휴식이 없었다는 것이며, 그 와중에도 깊은 내적 기쁨과 평화를 누렸다는 것입니다. 지혜서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의인들이 지칭하는 바 우리 순교성인들입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내밀한 평화와 기쁨, 불사의 희망은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 은총의 선물입니다. 누구보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랑을, 하느님의 사랑을 속속들이 체험했던 순교성인들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안에 주입되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바로 주님의 전사의 모범인 바오로 사도가 고백한 그 사랑을 체험했던 순교성인들임을 분명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것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사제서품 받은 후 만 30년 동안 매해 오늘 읽었던 독서인데 읽을 때 마다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바오로 사도의 주님 사랑의 고백입니다. 이런 주님 사랑의 체험이 우리를 백절불굴百折不屈, 칠전팔기七顚八起, 사랑의 용사로, 신앙의 용사로, 주님의 용사로 살게 합니다. 순교여정에, 십자가의 길에 항구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당신을 사랑하여 믿고 따르는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복음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구원의 길, 생명의 길, 참 사람의 참 내가 되는 유일한 길은 이 십자가의 길뿐입니다. 주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음으로 자기 목숨을 구하는 길입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세상에 자기를 잃어버려 부끄러움도, 하느님 두려운 줄도 모르고 무지의 어둠 속에 사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십자가의 길에, 순교의 여정에 항구할 때 비로소 주님과의 우정도 날로 깊어져 주님을 닮아감으로 비로소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빛의 자녀가 되는 우리들입니다. 

 

하루이틀이 아닌 죽는 그날까지 ‘날마다’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입니다. 날마다 이기적 나를 버리고, 날마다 내 책임의, 운명의 십자가를 기꺼이, 기쁘게 짊어지고, 날마다 우리 사랑하는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위로의 말씀이 바로 오늘의 시편 화답송 후렴입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시편126,5).

 

참으로 주님을 신뢰하여 순교의 여정, 십자가의 길에 항구할 때 우리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입니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전사들인 우리들에게 주어지고, 주님께서는 언제나 선택하신 우리들을 돌보시고 지켜주십니다. 바로 이 거룩한 주님의 미사은총을 통해 깨달아 체험하는 진리입니다. 끝으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라는 제 좌우명 시 마지막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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