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14.주님 만찬 성목요일                                   탈출12,1-8.11-14 1코린11,23-26 요한13,1-15

 

 

 

파스카 예수님의 참 좋은 선물 

-성체성사와 섬김의 사랑-

 

 

 

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아름답고 거룩한 삶에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입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사람은 떠나도 길이길이 사랑의 추억으로 남아 살아갈 힘을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저에겐 오래 전에 떠난 어머님이 그러합니다. 요즘 봄꽃 만발한 파스카 축제의 계절입니다. 오래전 이맘때쯤 써놨던 ‘꽃같은 선물의 삶’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꽃처럼 환한 웃음보다 더 좋은 선물있을까

삶은 순전히 선물이다

꽃같은 삶이다

눈여겨 보지않으면 순식간 사라져가는 꽃들

바로 선물 인생 아니던가

얼마나 그 많고 좋은 선물의 나날들 

놓쳐 버리고 살았는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대로 꽃인 인생인 거다

어제의 꽃들 폈다지면 또 오늘의 꽃들 폈다지고

평생 하루하루 폈다지는 꽃으로 사는 거다

끊임없이 폈다지면서 떠나는 삶이다

잘 떠날 때 아름답지 않은가

길이길이 향기로 남는다

오, 주님 사랑합니다”-2001.4

 

누구나 소망하는 이런 꽃같은 선물의 삶일 것입니다. 꽃처럼 선물로 살다가 꽃처럼 선물로 떠나라는 가르침을 주는 무수히 폈다 지는 파스카의 봄꽃들입니다. 일치와 평화의 선물을 남기고 떠나는 삶이 있는가 하면, 분열과 불화의 짐을 남기고 떠나는 아픈 추억의 삶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어떤 선물을 남기고 떠날까요?

 

아주 예전 어느 자매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남편이 마지막 임종어가 자신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고 남편이 떠난 후에도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살 힘을 얻게 되었다는 세 내용의 고백입니다.

 

1.미안합니다.

2.감사합니다.

3.사랑합니다.

 

얼마나 적절한 고백인지요! 사람뿐 아니라 마지막 주님께 드릴 고백도 이 셋뿐일 것입니다. 오늘부터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오늘 지금 저녁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로 시작되는 파스카 성삼일은 부활 주일의 저녁기도로 끝납니다. 오늘 주님 만찬 미사중 말씀을 통해 온 인류에게 물려 주신 예수님의 참 좋은 선물 둘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첫째, 성체성사 미사의 파스카 축제입니다.

참 좋은 주님의 선물이 바로 지금 거행하는, 지금까지 거행해 왔고 앞으로도 세상 끝날까지 끊임없이 날마다 거행할 파스카 축제 미사입니다. 이미 그 기원은 오늘 제1독서 이집트 탈출에 앞선 이스라엘 백성들 때부터 시행된 파스카 축제입니다. 

 

“그 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불에 구워, 누룩없는 빵과 쓴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이 날이야 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그날이 바로 날마다의 오늘입니다. 신약의 새 이스라엘 백성들인 우리를 통해 계속되는 파스카 축제 이 거룩한 미사입니다. 바로 참 좋은 선물인 파스카 축제의 성찬례를 물려 주시고 세상을 떠난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를 당신과 영원히 함께 살게 해주시고 떠나셨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사랑의 선물은 없습니다. 바로 오늘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 받은 성찬례의 선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늘 현재화하여 우리 모두 영원한 삶을 살게 하는 성체성사 은총의 선물입니다.

 

-주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나의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은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대로 매일의 미사경문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반복되는 내용이 아닙니까? 바로 이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 모두 예수님처럼 꽃처럼 폈다지는, 아름답고 거룩한 선물같은 삶과 죽음을 맞이하게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파스카의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님의 참 좋은 선물, 성체성사 미사를 사랑합니다. 날로 파스카의 예수님을 닮아가게 하는,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바꿔주는 성체성사 은총의 선물입니다. 

 

둘째, 겸손한 사랑의 섬김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겸손한 사랑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늘 읽고 묵상할 때 마다 우리를 감사, 감동, 감격하게 하는 참 아름답고 거룩한 장면입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평생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의 섬김의 삶이 압축 요약된 장면입니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선물의 장면은 없을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일정한 전례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섬김의 사랑 실천을 통해 완성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 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진짜 영성은 이런 섬김의 사랑의 행위를 통해 입증됩니다. 새삼 파스카의 영성은 이런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임을 깨닫습니다. 죽음을 앞둔 이런 겸손한 사랑의 섬김의 추억을 어찌 제자들이 잊을 수 있겠는지요! 제자들의 발을 씻어 드리는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유언적 행위를 할 수 있는 분이 세상에 우리 예수님 빼놓고 누가 있겠는지요! 

 

참으로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무슨 선물을 남기고 갈지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선물은 못되더라도 짐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바로 복음의 마지막 말씀은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예수님의 유언같은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는 ‘주님’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우리의 교만을 회개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정말 주님의 제자답게, 이런 스승님이자 주님이신 예수님의 겸손한 사랑, 섬김의 사랑을 보고 배워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이래서 성 베네딕도는 당신 수도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로 정의합니다. 주님을 섬기듯 주님을 닮아 서로 형제들의 발을 씻어 주는 마음으로 형제들을 섬기라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성무일도시 "주님, 주님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의 구원이오니"라는 말씀이 깨달음처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예수님의 선물에 대한 감사의 응답은 평생 날마다 죽을 때까지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체성사 전례에 “경敬”과 “성誠”의 마음으로 온전히 참여하는 것이며, 일상에서 겸손한 사랑, 섬김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정말 평생 하루하루 이렇게 살다가 이렇게 죽는다면 참 아름답고 거룩한 선물의 삶이자 죽음이겠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시편116,12-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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