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30. 연중 제31주일                                                    지혜11,22-12,2 2테살1,11-2,2 루카19,1-10


                                                                        하느님의 기쁨

                                                                     오, 하나하나의 사람!

                                              -하느님 그대의 자랑이듯이 그대 하느님의 자랑이어라-


오늘 강론 제목은 참으로 깁니다. 이렇게 강론 제목 길기는 처음입니다. 어제 말씀 묵상 중 떠오른 아래 두 줄의 제목에다 오늘 새벽에 떠오른 첫 줄의 제목입니다. 하여 강론 제목은 ‘하느님의 기쁨’에다 ‘오, 하나하나의 사람!’ 이어 ‘하느님 그대의 자랑이듯이 그대 하느님의 자랑이어라.’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이런 존재입니다. 하느님께는 너무나 소중한, 우주보다 더 소중한 유일무이한 하나하나의 사람입니다. 


요즘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이구동성 걱정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람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저 역시 사태의 긴박성을 느껴 결혼 주례하는 경우 신혼부부에게 신신당부합니다. ‘적어도 둘 이상을 낳아라. 낳을 수 있을 때 낳아라. 아이 잘 낳아 잘 키우는 것이 효도이며 애국이다.’ 웃지만 진정입니다. 어느 아는 부모는 결혼한 자녀들에게 아이를 낳으면 키워줄 돈은 내가 대겠으니 애를 많이 낳으라고 적극 권장했다는데 공감이 갑니다.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누구나의 소망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사람 하나 만납니다. 사람 하나 만남이 구원이요 기쁨입니다. 사람을 통해 주님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한아름 기쁨을 선사한 하느님의 기쁨, 그이름 ‘자캐오’입니다. 자캐오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좋으신 주님을 못만났을 것입니다. 주님의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갑니다. 주님과 자캐오의 만남으로 온통 주변이 환해진 느낌입니다. 아니 어찌 자캐오뿐입니까? 미사에 참석하신 수녀님 한분한분이 자캐오입니다.


자식자랑, 아내자랑은 팔불출에 속한다는데 제자자랑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 38년전 초등학교 교사시절 6학년때 제자들, 그러니 50대 중반에 접어든 제자들 6명이 제 수도원에 쌀 6푸대를 선물로 보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몇 년 후에 있을 칠순 잔치도 계획중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사람 하나가 아닌 사람 여섯’을 만난 기쁨이 참으로 큽니다. 모두의 이구동성의 문자 메시지는 ‘선생님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신부님보다는 선생님이라 부르길 좋아합니다. 선물보다도 그동안 변치 않은 순수한 마음들이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누구나의 소망은 사람이고 싶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못나도 사람은 사람입니다. 사람대접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천부의 인권을 부여받은 하느님의 모상들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누구나의 마음 깊이에는 하느님을 찾는 간절한 갈망이 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 하느님을 만나고 싶은 갈망입니다. 자캐오의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눈물겨운 모습을 보십시오. 부자였지만 사람 대접을 못받은 키가 작은 자캐오의 내적 열등감과 더불어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갈망은 활활타올랐을 것입니다. 주님을 찾는 갈망이 바로 구원입니다. 주님을 간절히 찾는 자캐오를 찾아오신 주님이십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 이어 ‘사람을 찾는 하느님’입니다. 자캐오가 주님을 찾지 않았다면 주님은 그냥 지나치셨을 것입니다. 마침내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 꿈에 그리던 주님을 만납니다.


사람 하나하나를 통해 하느님을 만납니다. 사람과의 만남이 그리스도와의 만남이요 하느님과의 만남입니다. 하여 성 베네딕도는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하라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십니다. 


그러니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고정관념은 금물입니다. 바로 주님을 만나기전 자캐오를 보는 눈이 그러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얼마나 많이 우리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결정짓는지요. 원죄와도 같은 선입견, 편견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자캐오의 내면의 갈망을 보셨습니다. 하느님은 그런 분입니다. 각자의 마음 중심을 보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바로 지혜서의 저자가 고백하는 하느님 그대로입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주십니다.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의 모습이, 사랑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구원이요 참나의 발견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자캐오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평생 참나를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여기 있지도 못할 것이며 참나를 발견치도, 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평생을 살아도 주님도 나도 알지 못하고 살다 떠나는 사람도 참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과의 만남이 바로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과 자캐오의 만남이 감동적입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의 이름을 부름이 구원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이 구원입니다. 우리 모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시는 주님이십니다. 자캐오는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똑같은 주님께서 오늘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는 기쁘게 주님을 우리 마음의 집에 모십니다. 한 번 만남으로 끝나는 주님이 아니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평생 매일 새롭게 만나고 모셔야 하는 주님이십니다.


주님과 참으로 만날 때 발생하는 회개의 기적입니다. 앞서 경건하고 모범적인 부자청년 신자는 재물이 많아 슬퍼하며 예수님을 떠나갔지만 죄인이라 멸시받던 자캐오는 재물의 반을 포기합니다. 회개의 진정성이 실천을 통해 드러납니다. 자캐오라는 진짜 제자가 생긴 주님이십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회개의 실천을 통해, 죄로부터,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진 자캐오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기쁨 가득한 결정적 구원선언도 감동입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려 왔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말마디가 고맙습니다. 하느님께는 영원한 오늘만이 있을뿐입니다. 바로 오늘 미사에 참석한 또 하나의 자캐오인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구원선언입니다. 다시 주님을 만남으로 잃었던 나를 찾은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우리를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우리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의 힘으로 완성해 주십니다. 하여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이 우리 가운데에서 영광을 받고, 우리도 그분 안에서 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런저런 풍설風說에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 하지 마십시오.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그대의 자랑이듯이, 그대 하느님의 자랑이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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