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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8.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티토2,1-8.11-14 루카17,7-10


                                                                          기품氣稟 있는 삶

                                                                             -주님의 종-


어제 사도들의 믿음을 더해 달라는 청에 응답하여 오늘 주님은 주인과 종의 비유를 통해 종의 자세를 상기시킵니다. 주인이 하느님이라면 종은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주인과 종의 관계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뜻합니다. 자립, 자족, 자치의 독립적 절대적 인간이 아니라 철저히 하느님과 관계 속의 상댁적 인간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우리 삶은 하느님을 찾아가는 순례 여정입니다. 똑같은 목적지의 하느님이지만 그 여정은 다 다릅니다. 각기 고유의 순례 여정길입니다. 비교할 것도 부러워할 것도 없습니다. 다 그 나름대로 순간순간 의미가 있습니다. 결코 우연은 없고 모두가 섭리입니다. 하느님은 지금까지 나름대로 당신 최상의, 최선의 방법으로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만약 이랬었더라면’ 가정하며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지난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이뤄진 삶이기 때문입니다. 겪은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허락 없이 이뤄진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역입니다. 그러니 어제의 과거와 내일의 미래는 하느님께 맡기고 선물로 주어지는 오늘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에 대한 감사의 응답은 결코 비상한 영웅적 자세가 아닌 지극히 평온한 일상적 삶의 자세입니다.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이를 단순히 겸손의 표현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제자들의 섬김을 받으시는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반드시 의지하셔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주님께 대한 주님의 종인 우리의 진실과 성실, 사랑과 신뢰의 자세를 반영합니다. 사실 매일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의 마땅한 의무이기에 자랑할 것도 우월감을 지닐 것도 아닙니다. 이래야 주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하고 의연할 수 있습니다. 평상심平常心의 도道를 살 수 있습니다. 새삼 겸손은 특별한 덕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인간 본연의 자세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제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의 삶입니다. 미사중 평일 감사송(4) 다음 대목이 오늘 복음의 종의 자세와 그대로 일치합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 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희의 찬미가 필요하지 않으나

저희가 감사를 드림은 아버지의 은사이옵니다.

저희 찬미가 아버지께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으나

저희에게는 주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도움이 되나이다.”


우리가 주님 앞에 자랑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는 하느님 베푸신 사랑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부분일뿐입니다. 아무리 감사와 사랑을 드려도 늘 부족할 뿐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로 인해 교만이고 탐욕이며, 불평이요 불만입니다. 그러니 이런 하느님을 깨달아 알아 갈수록 남는 것은 ‘찬미와 감사’둘 뿐일 것입니다.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 사랑의 관계일 것입니다. 더불어 주님을 닮아 온유와 겸손한 마음에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 삶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티토서는 지켜야 할 의무인 교회규범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주님의 종이자 제자인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대로 오늘의 교회규범으로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규범입니다. 


“나이 많은 남자들은 절제할 줄 알고 기품이 있고 신중하며, 건실한 믿음과 사랑과 인내를 지녀야 합니다.”


“나이 많은 여자들은 마찬가지로 몸가짐에 기품이 있어야 하고 남을 험담하지 않고, 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며, 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어지는 내용도 구구절절 시공을 초월하여 공감이 갑니다. 여기서 주목할 바 기품이란 단어입니다. 저절로 생기는 기품있는 삶이 아니라 주님의 종으로서 제자리에서 제일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삶의 기품에 삶의 향기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기품氣稟있고 품위品位있는, 품격品格있고 격조格調있는 삶을 만나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인격人格이 있듯이 나라에는 국격國格이 있는데 요즘은 국격도 아주 실추된 느낌입니다. 바오로의 티토에 대한 권고는 그대로 우리를 향합니다.


“그대 자신을 모든 면에서 선행의 본보기로 보여 주십시오.”


보고 배웁니다. 눈만 열리면 주변 모두가 우리의 스승입니다.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보고 배울 수 있는 은총, 제자리에서 제일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교육하여 불경건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고 기품있게 살도록 해 주십니다.


“의인들의 구원은 주님에게서 오네.”(시편37,39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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