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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7.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콜로1,9-14 루카5,1-11



영적발전의 5단계

-허무, 충만, 발견, 포기, 추종-



수도원에는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온 세 마리의 애완견이 있습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개들일 것입니다. 미키와 복돌이의 흰털의 두 마리 수캐와 깜순이라는 작은 암캐입니다. 친화력親和力이 좋고 무해無害와 무공해無公害의 개들이라 수사들은 물론 누구나 잘 따라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는 개들입니다.


개들을 강론 소재로 삼기는 처음입니다. 강론을 쓰는 새벽 시간에도 집무실 문 앞에서 자다가 서성이며 머물고 있는 세 마리 개입니다. 새벽 산책시에도 꼭 따라 나섭니다. 요즘 새삼스럽게 발견한 개에 대한 자명한 사실 두가지를 나눕니다. 


하나는 겉으로는 착하고 양순해 보여도 먹는 것에는 추호의 양보도 없다는 것입니다. 입에 물은 것은 절대 놓지 않습니다. 먹을 것을 향해 집중하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누구든 가까이 오는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나눔, 이해, 배려, 존중, 양보라는 개념은 추호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 인물人物과 동물動物의 차이요, 인물도 이런 개와 같은 동물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쳤습니다.


또 하나는 이들이 살아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개팔자 상팔자라는 말처럼 걱정없이 외관상으로는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평생을 전혀 ‘생각없이’ ‘욕망따라’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이 참 신기롭기까지 합니다. ‘먹고, 자고,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짖고’ 이것이 삶의 전부입니다. 


‘아, 인물도 개와 같은 동물처럼 생각없이 그냥 되는 대로 욕망따라 아무 문제 의식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새롭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런 소감을 말했더니 어느 형제는 ‘그런 사람 세상에 많습니다.’하고 답변했습니다. 아니 그 이상 사악邪惡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천사가 될 수도 있지만 동물 아래로 추락하여 괴물怪物이나 악마惡魔가 될 수도 있는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새삼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영적 인간임을 성서는 천명하고 있습니다. 고귀한 품위의 사람인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의무요 책임입니다. 하여 하느님을 찾는 기도하는 사람이 인간의 참된 정의입니다. 


하여 제가 자주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나중에 남는 것은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즉 하느님을 추구한 얼굴인가 욕망을 추구한 얼굴인가 둘 중 하나라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퍼뜩 떠오는 생각은 ‘영적발전의 5단계’로서 저는 이를 일컬어 참인간이 되기위한 자아초월의 여정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동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인물의 영적발전의 5단계입니다. 


첫째 단계는 허무입니다.

삶의 본질은 허무입니다. 코헬렛의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탄식도 기억할 것입니다. 영혼의 고질적, 치명적 질병과도 같은 허무입니다. 시편의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주께서 도성을 아니 지켜 주시면, 그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리로다.’라는 고백도 생각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의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말에서도 허무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둘째 단계는 충만입니다.

허무가 답이 아니라 충만이 답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삶의 허무는 삶의 충만이 됩니다. 동물에는 삶의 허무도 충만도 있을 수 없습니다. 삶의 허무는 하느님을 찾으라는 표지입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허무에서 충만으로 한 단계 뛰어 오르라는 것입니다. 


시몬이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대답하고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허무가 충만으로, 급작스러운 반전입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허무는 충만으로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 제1독서 콜로사이서 일부(1,12-14) ‘그리스도 찬가(콜로1,12-20)’는 우리가 매주 수요일 저녁성무일도 기도때 바칩니다. 참 장엄한 우주적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찬가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허무에서 충만으로의 반전을 콜로사이서는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 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다.’ 하고 고백합니다. 또 바오로 사도는 콜로사이교회 성도들이 ‘모든 영적지혜와 깨달음 덕분에 하느님의 뜻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해지도록’ 기도를 바칩니다.


셋째 단계는 발견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참 나의 발견이요 이것이 진정 구원입니다. 주님안에 참나가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평생을 살아도 내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참 하느님이 아닌 우상을, 환상을 찾다 끝나는 헛된 인생도 많을 것입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죄인으로서의 참 나를 발견한 시몬입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고백하는 시몬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시몬의 인생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비단 시몬뿐이 아니라 주님을 만났을 때 성인들의 공통적 체험의 고백입니다. 그대로 결정적 은총의 회개로 ‘주님의 거울’에 환히 비친 죄인으로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 시몬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죄는 씻겨지고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참나의 발견입니다.


넷째, 포기입니다.

주님을 만나 자기를 발견할 때 저절로 이뤄지는 버림의 포기입니다. 참 보물인 주님을 만나니 세상의 모두가 부질없는 것들이 되어버려 저절로 놓아버리게 된 것입니다. 버림과 비움을 통한 참 나의 실현이요 무집착의 자유로운 삶입니다. 


한 번의 버림이, 포기가, 비움이 아니라 날마다 평생 버리는 것입니다. 하여 우리 삶의 여정을 버림의 여정, 비움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버려가면서 주님을 닮아갈 수록 증대되는 내적자유의 삶입니다.


다섯째, 추종입니다.

버려야 따를 수 있습니다. 버림이 비움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주님을 추종함이 최종 목표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이 포기와 추종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한 두 번 추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평생을 자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평생도반이신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완성의 여정중에 있는 인물의 사람입니다. 영적발전의 5단계는 우리 믿는 이들의 영적 삶의 리듬과 같습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허무-충만-발견-포기-추종의 리듬따라 주님을 찾아가는, 주님을 닮아가는 끊임없는 자아초월 여정의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아초월의 여정에 충실하고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께 나아가면 빛을 받으리라.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6). 아멘.


*강론 쓰기를 마친 새벽 지금까지 세 마리 애완견들은 내내 충견처럼 집무실 문앞에 부동의 자세로 머물러있네요. 주인의 충견忠犬처럼, 주님의 충복忠僕으로 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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