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24. 토요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묵시21,9ㄴ-14 요한1,45-51

 

 

 

늘 새로운 만남, 새로운 시작

-주님과 함께-

 

 

 

오늘은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입니다. 어제 ‘보석 줍기’란 시와 더불어 강론을 했는데 정말 보석중의 보석이 사람들이요 그중에도 참 보석같은 분들이 성인들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반짝이는 보석같은 성인들이요 바로 오늘 축일을 지내는 바르톨로메오 사도가 그러합니다.

 

비단 교회의 공식 성인들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눈만 열면 주변에는 무수한 살아있는 성인형제 자매들을 만납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만나면 지체없이 성인이라 또는 성녀라 부르곤 합니다. 어제도 산책중 참 부지런히 한결같이 일하는 두 자매를 만나 강복을 드리고 “자매님들 같은 분이 성녀입니다.” 격찬했습니다.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이 되면 생각나는 독일 뮌스터 쉬발작 수도원 출신의 선교사 현 발토로메오 신부입니다. 거의 80대에 이른 노령이지만 참 명랑하고 친절하고 겸손한 분으로 청년같은 분위기의 수도사제입니다. 늘 미소띤 얼굴입니다. 언젠가 수도형제와 신부님에 관해 이야기 하던 중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똑같잖아요!”

 

평범한 말마디이지만 이보다 더 좋은 찬사는 없습니다. 세월흘러 나이들어도 언제나 한결같은 영원한 현역의 삶을 지칭하는 말마디입니다. 정말 죽는 그날까지 한결같이 똑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여 저에게 여전히 유효한 소원 셋은 죽는 그날까지 1.매일 강론 쓰는 것, 2.매일 미사 봉헌하는 것, 2.수도원 경내 산책하며 묵주기도 바치는 것뿐입니다. 

 

엊그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후는 동북아와 한반도, 특히 한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도하기로 작정했습니다. 바르톨로메오 신부님과 관련된 두 일화도 더 나누고 싶습니다.

 

어제 강론 때 나눴던 일화입니다. “신부님은 수도원의 보물입니다.” 제 말에 신부님은 유쾌한 웃음과 더불어, “아닙니다. 보물이 아니라 고물입니다.” 겸손한 유머가 바로 보물임을 입증합니다. 또 신부님의 ‘원장직’에 대한 생각도 깊은 깨우침을 줍니다.

 

“원장이라 하여 형제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수도형제와 평등합니다. 하느님 향한 도반들중 하나로 단지 원장직이란 무거운 짐을 졌을 뿐입니다. 원장직을 내려 놓았다 하여 위에서 아래도 내려온 것이 아니라 다만 원장직이라 짐만 내려놓았을 뿐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영원한 현역으로 정주의 제자리에서 한곁같은 삶을 살고 계신 현 발토로메오 신부입니다. 참으로 각자 정주의 제자리에서 충실히 한결같이 살고 있는 형제들이 보석같은 존재들입니다. 어제도 삶의 제자리 곳곳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빛나는 보석같은 수도형제들의 모습도 그대로 사진에 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타나엘과 주님과의 만남이 감동적입니다. 교회는 예로부터 나타나엘을 바르톨로메오로 인정했습니다. 참으로 제자리에서 하느님 찾는 열정에 항구할 때 때가 되면 주님을 만납니다. 우연한 만남은 없습니다. 제자리 삶에 충실하면서 주님을 열렬히 찾았던 나타나엘이 때가 되자 필립보 도반의 인도로 주님을 만납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빌립보의 초대에 반신반의하는 나타나엘을 통해 선입견과 편견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지 직감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와서 보시오.”

초대에 응한 나타나엘과 주님의 만남이 감동적입니다. 참 사람과 참 사람의 만남을 상징합니다. 우선 주님의 나타나엘에 대한 찬탄입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 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이 보다 큰 찬사는 없습니다. 평소 수행에 항구했기에 그대로 드러난 나타나엘의 진면목입니다. 주님을 통해 참 나를 확인한 나타나엘은 감사와 감동에 젖어 즉시 묻습니다.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

하느님 찾는 공부에 항구했던 구도자 나타나엘임을, 새삼 우리보다 우리를 잘 아시는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즉각적이 나타나엘의 주님께 대한 고백입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아마 나타나엘은 평생 이런 주님과의 감격적 만남을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참 나를 새롭게 발견한 나타나엘입니다. 주님 눈에는 모두가 빛나는 보석들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보석같은 참나를 발견하고 확인하게 되어 제 삶의 자리에서 한결같이 정주의 삶이 가능합니다. 주님은 이어 나타나엘에게 신비체험까지 약속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언젠가 갑자기 이런 신비체험이 아니라 깊은 내공의 결과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한 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늘 깨어 주님과 함께 새로운 만남에 새로운 시작의 파스카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날로 주님을 알고 나를 알아가는 앎의 여정중에 무지로부터의 해방에 참 나의 실현이요 저절로 뒤따르는 신비체험입니다. 삶은 기적이요 곳곳에서 반짝이는 하느님의 보석들을 발견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좋은 본보기가 제1독서 묵시록에서 요한의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 체험입니다.

 

“이리 오너라. 어린양의 아내가 될 신부를 너에게 보여 주겠다.”

 

성령께 사로잡힌 요한은 눈이 열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하느님의 영광으로 빛나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봅니다. 바로 우리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미리 맛보는 천상 예루살렘 교회입니다. 참으로 우리의 영원한 비전이자 꿈인 천상 예루살렘이 우리의 궁극의 희망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면, 또 이 미사가 이렇게 아름답고 위로와 기쁨을 준다면 궁극의 하늘 나라의 아름다움과 기쁨은 얼마나 크겠는지요. 하여 기쁨과 설렘으로 아버지의 집으로의 복된 귀가 여정의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에로의 환원인 죽음이 아니라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나 현세의 기쁨은 천상의 아버지의 집에서의 아름다움과 기쁨에 비하면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겠습니다. 날마다 주님과 새로운 만남에 새로운 시작의 파스카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 나라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게 합니다.

 

“주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양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당신 나라의 영광을 노래하고, 당신의 권능을 이야기 하나이다.”(시편145,10-11).

 

하느님 찬양과 찬미로 눈만 열리면 하느님의 빛나는 보석들로 가득한 세상을 볼 것입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8.24 09:37
    주님,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세상속 물질적 풍요과 평온함은 천상 아버지의 집에서는 희미한 그림자임을 알고 지금 여기서의 하늘 나라 삶을 깨닫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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